열다섯 번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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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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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신유진의 문장은 사라져가는 것들의 바스락거림이다. 그녀는 허망함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잊지 않기 위해 제 몸에 문신을 새겨놓는 타투이스트이고, 허공에 아슬히 매달려 끊어진 기억의 다리에 못질하는 목수이며, 황무지가 될지도 모를 밭 앞에서 기꺼이 곡괭이를 드는 농부이다. 그 문신은 슬프게도 아름답고, 그 다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건널만하며, 그 밭을 함께 가는 일이 내게는 큰 기쁨이다. -

      저자 신유진이 전작 <열다섯 번의 낮>에서 화려한 빛에 가려진,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허망함과 아름다움을 잊지 않기 위해 제 살에 문신을 새겨 놓는 타투이스트가 되었다면, 이번엔 밤의 시간과 공간 속 기억들을 유령처럼 떠돌다 그것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목수가 되었다. 입안에서 부서지던 고소한 어린 시절의 밤을 지나 마약 없이 취했고 권총 없이 자살했던 청춘의 밤을 거쳐 후회와 추억을 공유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오늘의 밤까지, 서른 중반을 넘어선 그녀의 얼굴을, 표정을, 몸짓을 만들어 온, 그 모든 밤의 기억들이 쓸쓸하지만 단단한 문장의 다리로 이어졌다.

      나는 엄마의 외로움을 흉내 내다가 진짜 외로움을 적어 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아침을 가장한 밤이었다. 감정이 덕지덕지 묻은 언어는 오래전에 진실을 삼켰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의 글이 오로지 엄마를 향해 있었다는 것이다. - <그 밤, 우리가 말했던 언어>

      반복되는 노래만큼 길고 지루한 여름 한 철을 그와 보내며 나는 그런지를, 펑크를, 얼터너티브 록을, 커트 코베인을 배웠다. 마약이 없이 취했고, 권총 없이 자살하던 밤들이었다. - <커트 코베인에 대해 배운 모든 것>

      그렇게 늙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잃고 젊음 그 자체를 잃겠지. 가슴이 있었던 자리에 상처만 남듯, 도려 나간 젊음 역시 포유류의 입 같은 우둔한 흔적만 남길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반듯하게 누워서도 가슴이 아팠다. 한쪽 가슴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찾아왔다. 가슴과 젊음을 잃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 두렵다. - <루앙시>

      나는 행복에 집착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더 악착스러웠던 것 같다. 빵 냄새가 행복이라면 매일 먹지도 않을 빵을 10개도 넘게 살 수 있었고, 사랑이 행복이라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것을 구걸할 수 있었다. 그것이 언젠가 그가 말했던, ‘힘 있는 놈이 잘 사는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힘이 없어서 실패했다던’ 그의 결론을 통째로 부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 <시차>

      웃긴 일이다. 나는 늘 떠났고 나의 모든 이들은 남겨졌는데, 정작 나는 내가 없는 자리를 글에 담길 워했다. 그러니 내가 말한 남겨짐과 고독과 외로움은 모두 환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한철 다녀간 내가 잊히는 게 두려워서 허구를 적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 <여름, 크리스마스, 로베르>

      그런 기술을 배우고 싶다. 사람의 말과 불행의 말을 구분하는 법, 사람의 마음과 불행의 마음을 알아보는 법, 그것을 안다면 예의 없이 손을 내미는 불행에게 완벽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행한 사람을 구하러 갔다가 불행에 빠져 죽지 않고 사람만을 건져오는 법, 지금 우리에게는 그것이 절실하다. - <흔적>

      파리는 축제여야 파리다. 거리에서 음악이 흐르고, 카페에서는 언제나 잔이 넘치고, 지하철역 귀퉁이에서 오줌을 싸는 노숙자를 비웃는 젊은이들과 그 젊은이들을 호통치는 유대인 할머니 그리고 유난히 점잖은 신사와 엉덩이의 반을 내놓은 힙합바지를 입은 흑인 청년, 한 줄기의 빛을 향해 절을 하는 무슬림 신자와 사진을 찍는 아시아인, 그 모든 이들이 뒤죽박죽 섞여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는 파리를, 나는 영원히 축제로 기억할 것이다. - <파리는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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