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의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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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진
1984 books
120x180mm, 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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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프랑스에 살며 글을 쓰고, 번역을 하는 소설가 신유진의 첫 산문집 『열다섯 번의 낮』. 글로 세상을 만들어내 그 속에 자신을 숨겨왔던 소설가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보내 온 날들을 적어 보냈다. 낮을 배경으로 한 열다섯 개의 이야기 속에는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보내온 십오 년이, 자신이 살아온 서른다섯 해가 온전히 녹아 들어 짧지 않은 글이 되었다.

      그녀가 글을 통해 붙잡으려 하는 것들, 쉬이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코 마음을 줄 수 밖에 없는 것들의 목록은 함부로 다루었던 가족사진이나 누군가의 그림자, 혹은 늙은 배우, 사라져버린 건물 관리인, 낡은 스웨터, 버려진 냉장고, 죽은 도마뱀, 누군가의 장례식 등등.... 결국 평범한 일상이거나 너무 초라해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들이다.. 그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 글자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저자의 말 속에서 우리도 이미 마주친 적 있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슬픈 얼굴’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절제되고 섬세한 문장으로 닦아, 그 안에 숨어있던 의미와 감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그녀의 산문집은 한 사람의 일상의 기록이 단순히 벌어진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아름다운 산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 속으로>

      눈물의 무게와 질량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염분이 한창 진할 때가 있고, 또 그것이 맑아질 때가 있는 것이다. 정돈하지 못한 감정을 응축하여 쏟아 낸 나의 눈물은 바닷물처럼 짰고, 몇 번을 걸러 낸 엄마의 눈물은 담수처럼 맑았을 테다. - ‘겨울이었다’ 중에서

      “이것은 희극인가? 비극인가?” 내가 물었다. 인생이 희극도 됐다가 비극도 됐다가 하는 거지 뭐.” 세르지오가 대답했다. 그런데 세르지오의 말에 의하면 희극을 연기할 때는 비극처럼 진지하고 처절하게, 비극을 연기할 때는 희극처럼 가볍게 해야 한다더라. 우리는 술 한잔에 얼마나 가벼워졌던가? 얼마나 많이 웃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비극을 연기하고 있는 것인가? - ‘어느 늙은 배우’ 중에서

      그 애의 청아한 음색이 창틈으로 조금씩 새어 나가는 온기처럼 빠져나간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목소리도, 공기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새어 나가는 어떤 것들을 가만히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은. - ‘멀리서 온 청춘’ 중에서

      마리안을 좋아했다. 그녀를 좋아했던 이유를 찾으려고 들면, 그날 바닥에 떨어진 국기의 국적처럼 모호하다. 독일이었던가 체코였던가. 까닭 없이 바닥에서 펄럭이던 그 얇은 천 조각의 모습만 남았다. 그리고 그 날, 해지는 쪽으로 달아나는 개를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던 마리안의 잿빛 얼굴이 아른거린다. - ‘마리안의 장례’ 중에서

      가을비에 파리의 찬란했던 모든 색들이 씻겨 내려져 가고 있다. 이곳에서 이십 대를 보냈고,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졌다. 까닭 없이 좋아했고 미워했으며, 술에 취했고, 웃고, 울고, 뜨겁게 달아올랐으나 천천히 식어 버렸다. 그렇게 무언가 지나가 버렸다. 이제 가면 다시 오지 않을 그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거리에서, 혼자’ 중에서

      다만,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는 맛인 줄 모르고 너무 빨리 삼켜 버린 것이 이제 와 조금 후회된다. - ‘여름의 맛’ 중에서

      나눌 수 없는 삶의 몫이 있다. 이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다만 등을 쓸어내려 주자. 어쩔 수 없는 마음의 구멍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그저 나란히 걷자. - ‘태양을 마주하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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