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본/동네서점 only]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겨울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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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문학동네
130*224mm,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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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이는 모든 것들이 너무 벅차서라니
      이 간절한 슬픔은 뭐라 할 수 있겠나”

      우리의 슬픔에 언어를 부여하는 시인
      이병률 3년 만의 신작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45번째 시집으로 이병률 시인의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를 펴낸다.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로 우리에게 찾아와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한편, 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혼자가 혼자에게』 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병률 시인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 시집이다.

      그의 산문이 일상을 벗어난 세계에서 마주한 마음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면, 그의 시는 우리가 몸담고, 발 딛고 있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일상이라는 삶, 삶이라는 세계의 질감을 감각할 줄 아는 그는 그가 목격하고 만진 것들을 정확한 시적 언어로 표현해낸다. 이병률의 산문에 익숙했던 독자라면 이번 시집을 통해 산문의 언어가 시의 세계 안에서 재배치되는 과정을 주목해봐도 좋을 것이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시화한 시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별과 슬픔을 다룬 그 시어들은 결코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시인은 슬픔이 가진 폭넓은 스펙트럼을 우리에게 펼쳐내 보인다. 그것은 발문을 쓴 서효인 시인의 말처럼 그가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감정의 이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그 감정을 긴 시간 들여다봤다는 뜻도 된다. 바로 그 일, 사물과 사람을 사려 깊게 살피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일, 그리하여 감정을 감각하는 일은 이병률 시인이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일은 좋은 시를 쓰는 일과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 미용사가요
      할머니 머리를 자른 다음 머리를 감겨드리려는데요
      구부정한 허리가 영 뒤로 눕혀지질 않아
      잠시 중단하고 커튼 뒤로 가서 엄청 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그 미용사에게 머리를 자르는 중년의 사내도 있는데요
      늘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오는데
      머리 감길 때 작은 수건으로 사내의 눈을 가리면 개가 그렇게 울어요
      얼굴을 가리고
      혼자 우는 사내의 모습을 본 이후로 개가 그렇대요

      ―「미용사가 자른 것」에서


      시인이 지켜보는 사람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그는 “한 번도 본 적은 없는”(「바닷가에서」) 사람이기도 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애인」)이기도 하다. 자신의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사처럼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기도 하다. “당신을 보려는데 당신이 보이지 않”(「눈물이 핑 도는 아주 조용한 박자」)을 때 슬픔을 느끼는 그가 보고자 하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나를 마주치기 위해/ 아주 다르게 하고 오기로 한다”(「닮은 사람 하나가 어디 산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듯이, 그는 때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기도 한다.

      어디에도 글씨 쓰는 사람들은 있지
      일을 하다 철판 위에 못으로도 쓰고
      창문에 서린 물기에다 쓰기도 하고
      그 한 줄이 하루를 받치지

      ―「글씨들」에서


      낯선 ‘누군가’로서의 당신, 혹은 ‘나’를 만나기 위해 그가 하는 일은 바로 ‘쓰기’다. 다르게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쓰기’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특히 낯선 것들을 만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날 수 없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떠나지 못하는 괴로움을 말하는 그의 시는 더욱 적절하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떠나고 싶을 때 우리는 낯선 곳을 상상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그러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해 쓰기도 한다. 「글씨들」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글씨를 써놓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기를”. 그것은 밀가루로 “가지 마요,/ 안 가면 안 되나요”(「상해식당」)라고 쓰는 것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가 곧 ‘쓰기’라는 인식에서 발로한 것이기도 하다.
      낯선 것들과의 우연한 조우가 빚어내는 감정은 사랑의 격정적인 발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병률은 절절하고 치열한 사랑을 다짐하면서도 이전에 사라진 사랑을 의식하고 있다. “칠 일만” “완전히 산산이 사랑”한 뒤 “문드러져 뼈마디만 남기고 소멸하겠다”고 말하는 「칠 일」의 마지막 문장이 “다시 시작을 한다고 해서/ 다시 그 사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시인에게 이별의 아픔은 ‘나’를 성숙하게 하는 지점일뿐더러 사랑이야말로 이별의 아픔이 전제되었을 때 보다 깊은 의미를 자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다가올 이별의 아픔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냐가 중요해진다.
      우리는 어찌어찌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좋아하는 자리를 골라
      그 자리에 잠시 다녀가는 것

      그러니 그 자리에 좋은 사람 데려가기를
      이번 생에서는 그리 애쓰지 말기를

      다만 다음 생에
      다시 찾아오고 싶을 때를 대비해
      꼭꼭 눌러 그 자리를 새기고 돌아가기를

      ―「여행」에서 시인은 떠나지 못하고 사랑을 그리워하며 쓰는 우리에게 막연한 낙관을 말하지 않는다. 이번 생에 사랑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쓰기’는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좌절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다음 생을 대비해서 준비하자. 물론 그것은 체념과 동의어는 아니다. ‘다만’이라는 역접이 전제된 준비는 당신과 반드시 만나게 될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좌절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고자 한다는 것이 바로 그의 자세다. 슬픔을 요약하지 않고 계속해서 쓰겠다는 의지는 오늘 만나자고 하는 슬픔을 물리치지 않는 태도로 현현한다. 섬세한 마음들은 날카롭게 벼린 ‘시(詩)칼’을 통해 무뎌지지 않게 된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의 마지막 문장이 “그럼, 십이월에 찾아뵙겠습니다”(「그럼」)인 것은 그의 의지에서 비롯된 믿음과 연관되어 있다. 그 흔듦의 과정이 이번의 온 생을 점철한다고 하더라도 시인은 서로가 찾아뵐 ‘누군가’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믿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나’와 당신 사이에 놓인 ‘유리창’(「의문」)과 ‘벼랑’(「미용사가 자른 것」)을 기꺼이 넘어 당신을 찾아가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의 시집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우리에게 찾아왔다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기쁨보다 슬픔이 많은 시기, 만남보다 이별이 많은 시기, 서로가 서로에게서 멀어짐으로써 안전을 체감하는 이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세계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의 목소리임은 분명하다. 이병률의 시 속에 등장하는 ‘나’들이 모인 공간은 「오시는 마을」의 우리들이 모여 자기소개를 나누는 마을과 같을 것이다. 우리는 시를 통해 서로를 만나는 연습을 하고, 정말로 만난다. “맨손으로 꾹꾹 눌러 선명히 새”(「한 장의 사람」)긴 글씨에 담긴 각자의 비밀을 들고 서로에게 자기소개를 한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는 동안에는 슬픔이 잠시나마 분명히 물러날 것이다. 편재한 이별의 슬픔 앞에서 한 권의 책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확실한 행동을 우리는 바로 이 시집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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