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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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
스토리지북앤필름
106*162mm, 2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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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의 기록

      고이거나 흐르거나 때로는 나를 넘어 범람하던 말들,
      당신에게 무자비하게 뱉거나 묵묵히 삼키던 말들,
      내게로 쏟아지거나 증발하던 말들,
      나의 언어는 형태를 갖기에 희미하거나 무르다.


      못다 한 말

      찻물을 올립니다.
      여기 묶인 예순 편의 이야기는 들킬 수밖에 없는 저의 일부분이라서 당장 숨을 곳을 찾는 게 먼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찻물이 끓으면 당신과 마주 앉아 있는 것처럼 천천히 오랫동안 차를 마시려고 해요.
      어땠나요, 라고 묻는 건 관두고 다만, 빈 찻잔에 뜨거운 차를 다시 채울까 해요.
      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그건 전적으로 당신 덕분입니다.

      시간에 관해 자주 생각합니다.
      낭비벽이 심해서 시간 아까운 줄을 모르고 살았네요. 낭비할 수 있는 게 시간뿐이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괜한 일에 참 많이도 기웃거렸구나 싶어요.
      <수기水記>를 쓰고 오 년이 흘렀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도 퍽 담담했지요. 뭐랄까. 이건 너무 나답구나, 싶었달까요. 별수 있나요. 남아 있는 나날도 살던 대로 살아가 보겠습니다.

      <수기水記>에 실었던 서른한 편의 글과 그 후의 시간이 담긴 스물아홉 편의 글을 여기에 함께 묶습니다. 말하자면, 즉석떡볶이의 짜장과 고추장 혼합맛처럼 오 년이라는 시간의 혼합인 셈이지요.
      어땠나요, 라고 묻는 건 정말이지 관둬 버리고 마지막으로 희망 사항이나 적어볼까 해요. 책장을 넘기면서 당신이, 미량의 다정함을 맛보고 허기를 달랠 수 있다면, 오늘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다면 저는 사실,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2020년 1월.


      안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자주 바라봅니다. 흔들리고 있는 것들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갑니다. 살아 있는 나날은 대부분 흐릿하거나 담담합니다만, 그럼에도 어떤 날에는 실금 같은 빛이 찾아와 줍니다. 따가운 희망 같은 것을 남기고 갑니다. 그것이 말이 되고 글이 되고 때로는 침묵이 됩니다. 곁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침묵을 굳이 언어의 편으로 불러오는 일, 그것이 밥벌이와 더불어 하고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수필집 <수기水記>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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