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led – 엉킨날들
NUNUPRESS
2020.08.01 – 08.31



Tangled – 엉킨날들

2020.08.01 – 08.31

NUNUPRESS / SOSIMBOOK



뒤엉킨 나날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분노와 불안, 슬픔, 상실, 허무.

감정의 격동은 나이를 먹을수록 잠잠해지기는커녕 더해가기만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자. 우리는 매일,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바보이기도 하고,

간혹 마음속 진짜 생각과는 다른 허위의식으로 타인을 대하는 위선자이기도 하며,

때때로 말이 필요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방관자이기도 하다. 또 감당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용기 내지 못하는 찌질이이기도 하고,

치장하느라 내면을 채우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는 시간약탈자이기도 하다.


이런것들이 뒤엉켜 어느 순간 거대한 허무와 불안을 만들어 밤을 뒤흔든다.

내 앞의 삶은 이미 답이 없을 정도로 꼬여있고,

항상 최선을 선택하리라 생각했는데 최악만 선택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나는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 같은 심정이 된다.


그러나 이 감정에 노예가 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당연하니까.

인간이라서, 인간이니까 우리는 실수로 뒤엉킨 채 흙먼지에 뒹굴 뒹굴 굴러가며 사는 거다.

그게 아니면 내가 진작에 도를 닦았거나, 교황님이 되어서 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겠지.


나는 계속 실수할 것이고, 계속 불안할 것이고, 계속 엉망일 것이다.

그냥 어제 바보였다면, 어제보다는 조금만 나은 오늘을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밤과 낮이 와장창 흔들리던 순간들에 이 그림들이 그려졌다.

미흡하지만, 재미있게 보아주시길.



2020년 여름,

동쪽 끝 섬,

누누프레스로부터

















작가소개 / 누누프레스


답답한 현실의 도피처로 양손을 물감에 푹 담그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19년 독립출판 드로잉진 <Wanderlust>를 펴냈고, 굿즈로 표지에 드로잉을 넣은 색지노트 3종셋트를 만들었는데 노트가 훨씬 더 잘팔렸습니다.

그래서 또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노트를 만드는 것은 책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더 많이 씁니다. 글은 왠지 더욱 맨얼굴을 보이는 것만 같아 내보이는 것을 망설이게 됩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글로 만나 뵙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nunupress @nunu.v